《특히 문학에서 핵을 이루는 범주에 대한 옳바른 해명이 앞서야 개별적요소의 개념을 옳바로 해명할수 있다. 작품의 핵은 작품의 모든 개별적요소를 싹틔우고 자래울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이다.》
지난 시기 문학창작부문에서는 형상의 기초를 이루며 창작과정을 일관하게 방향짓고 이끌어나가는데서 기본으로 되는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오래동안 론의를 벌려왔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소재라고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주제나 사상이라고 단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종자의 발견으로 창작을 추동하고 시종일관 떠밀어주는 힘, 그 결정적요인이 종자라는것이 확증되였다.
오늘 우리 나라에서 문필가들은 종자를 똑바로 잡고 작품을 창작하는것을 어길수 없는 창작원칙으로 여기고있다.
종자에 대하여 정확한 리해를 가지는것은 작품창작과 분석의 기본이며 출발점으로 된다.
종자는 형상의 기본요소들인 주제와 사상, 소재와 밀접히 련관되여있으면서도 그 지위와 역할, 그 존재방식과 표현방식에 있어서 서로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있다.
종자와 주제는 밀접히 련관되여있으면서도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있다.
주제는 작품에서 창작가가 제기한 기본문제, 인간문제이다.
종자도 창작가가 말하려는 기본문제, 인간문제를 체현하고있다.
종자와 주제는 생활속에서부터 뗄수없이 밀착되여있다. 생활의 사상적알맹이가 작품의 주제로 될수 있는 인간문제를 안고있는가 안고있지 않는가 하는데 따라 작품의 종자로 될수 있는가 될수 없는가 하는것이 결정지어진다.
종자와 주제가운데서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규정적인 역할을 하는것은 종자이다.
주제는 종자속에 체현되여있으며 종자에 의하여 규제된다. 이것은 종자가 있고서야 주제가 있으며 창작에서 종자를 똑바로 선정한 기초우에서만 주제를 바로 세울수 있다는것을 말하여준다.
종자와 주제가 가지고있는 본질적인 속성은 무엇인가?
형상의 요소들이 뿌리내릴 바탕을 가지고있는것은 주제와 다른 종자의 고유한 속성이며 특징이다.
주제는 종자속에 체현되여있는 기본문제, 인간문제를 표현할뿐이지 종자에 체현되여있는 형상의 바탕은 넘겨받지 못하고있다. 주제는 그것이 아무리 특색있게 표현되였다 하더라도 작품의 사회적문제, 인간문제를 담고있을뿐이지 그 자체안에 예술적형상을 창조해낼수 있게 하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있지 못하며 따라서 작품에서 형상의 원형으로 되지 못한다.
이것은 불후의 고전적명작 《꽃파는 처녀》의 종자와 주제를 비교해보면 잘 알수 있다.
명작의 종자는 설음과 효성의 꽃바구니가 투쟁과 생활의 꽃바구니로 된다는것이며 주제는 나라잃고 수난당하는 민족의 운명에 대한 문제이다.
이 명작의 종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에 그려질 형상적화폭을 륜곽적으로 그려볼수 있게 하지만 주제는 그렇지 못하다. 작품의 주제는 해방전 우리 인민의 생활에서 근본적이고 절실한 사회적문제, 인간문제를 안고있을뿐이며 형상요소들이 뿌리내릴 바탕은 없다.
이처럼 종자는 주제와 밀접히 련관되여있으면서도 주제와 뚜렷이 구별되는 고유한 특징을 가진다.
종자와 사상도 밀접히 련관되여있으면서도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있다.
작품에서 사상의 지위와 역할은 자못 크다. 작품은 반드시 일정한 사상을 가지며 사상에 의하여 작품의 성격과 특징, 그 가치와 의의가 규정된다.
어떤 사상을 어떻게 반영하였는가 하는것은 작품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본질적인 징표로 된다. 그러므로 고상한 사상이 담겨지지 못한 작품은 그 예술적형식이 아무리 현란하다고 하여도 가치가 없다.
종자는 생활의 사상적알맹이인것으로 하여 사상과 밀착되여있으며 사상적경향성, 지향성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호상관계로부터 작품에서는 사상과 종자를 정확히 갈라보는것이 어려운 문제로 나선다.
작품의 사상은 폭넓게 이루어지며 광범한 뜻을 포함하고있다. 작품의 사상은 종자에 의하여 규제되는 인물성격, 사건, 갈등과 같은 여러가지 형상요소가 가지고있던 사상적내용과 그에 대한 창작가의 견해의 통일로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말하여 작품의 사상은 종자를 구현하는 과정에 밝혀지는 창작가의 주장이고 예술적화폭으로 펼쳐지는 생활에 대한 그의 평가이며 인물의 운명에 대한 결론이다.
작품의 사상은 종자로부터 흘러나오며 종자에 의하여 규제된다.
종자는 작품자체의 핵으로 되지만 사상은 그렇게 될수 없다.
작품에서 사상은 내용전반을 규제하고 제약하는 내용의 핵으로 된다.
이와는 달리 종자는 작품의 내용을 규제할뿐 아니라 예술적형식도 규제하는 작품 전체의 핵으로 된다. 작품에서 사상이 내용의 핵을 이루지만 종자는 작품 전체의 핵으로 된다는 바로 여기에 종자와 사상이 서로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
어떤 사물현상이나 하나의 핵을 가지고있듯이 한 작품에는 오직 하나의 종자만이 있을수 있다.
작품에서 사상은 그렇지 않다. 작품에서 사상은 창작가의 주장으로 표현될수도 있고 예술적화폭에 대한 평가로 주어질수도 있으며 인물들의 운명에 대한 결론으로 주어질수도 있다.
실례로 다부작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에는 여러가지 사상이 반영되여있다. 영화에는 민족의 운명이자 개인의 운명이라는 종자로부터 흘러나오는 조국의 품을 떠나서는 개인의 행복도, 참된 삶도 있을수 없으며 조국의 륭성번영속에서만 참다운 생활을 누릴수 있다는 기본사상과 함께 내 나라, 내 조국이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사상도 있으며 자본주의사회의 부패상과 몰락의 불가피성에 대한 사상도 있고 진정한 우정과 사랑에 대한 사상도 있다.
바로 이러한 면에서 종자와 사상은 뚜렷이 구별된다.
종자와 소재도 밀접히 련관되여있으면서도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있다.
종자와 소재는 다같이 생활에 바탕을 두고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서로 밀접히 련관되여있다.
때로는 종자가 소재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창작가가 현실속에 들어가 작품창작을 위한 생활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 우연히 그속에 담겨져있는 사상적알맹이를 발견할수 있으며 그것을 앞으로 창작하려는 작품의 종자로 잡을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하여 소재와 종자를 비슷한것으로 간주하거나 지어 같은것으로 리해하며 창작실천에서 소재를 잡아쥐고 종자를 찾아낸것처럼 생각하는 현상이 가끔 나타나고있다.
소재는 어디까지나 생활에 있는 사실자료에 불과하며 언제나 구체적인 실체를 가지고있다. 가령 소재가 사람인 경우에는 그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였는가 하는것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여있으며 사건인 경우에는 그것이 언제 어디서 어떤 원인과 동기에 의하여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변화발전하였는가 하는것이 제시되여있다.
창작가가 소재를 선택하게 되면 개별적인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동하게 표상할수 있게 된다. 그러나 소재는 작품의 형상전반, 전일적인 형상적화폭에 대한 생동한 표상을 줄수 없으며 더우기 인물성격들과 인간관계, 사건과 갈등 등과 같은 형상요소들을 규제할수 없고 그것들을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그려나가겠는가 하는것을 시사해줄수 없다.
그러나 종자는 이와 다르다. 종자는 소재와 같이 구체적인 실체를 가지고있지 않으며 형상요소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생동한 표상을 주지 못한다. 종자는 다만 창작가가 련상속에서 형상요소들을 그려볼수 있게 하며 그에 대한 륜곽적인 표상을 가질수 있게 한다. 그렇지만 종자는 소재와는 달리 개별적인 형상요소의 선정을 규제할뿐 아니라 그것을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그려나가겠는가 하는것을 암시해주며 앞으로 창작하게 될 작품의 형상방법에 대하여 전일적으로 그려볼수 있게 한다.
또한 소재자체도 종자에 의하여 규제된다. 소재가 아무리 뜻깊고 가치있는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작품에 그대로 옮겨놓거나 라렬하여서는 작품이 창작될수 없다.
창작가에 의하여 예술적으로 가공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소재가 형상적의의를 가질수 없다. 소재에 담겨져있는 예술적의미가 그대로 작품의 형상성, 예술성을 이루는것은 아니다.
작품에는 창작가의 주관과 미학적리상을 거치지 않는것이란 하나도 없다. 소재가 예술적으로 어떻게 가공되며 형상화되는가 하는것은 전적으로 종자에 의하여 규정된다. 소재가 종자의 요구에 맞게 예술적으로 가공되여 형상적으로 그려질 때만이 훌륭한 작품창작을 담보하는 생활적기초로 될수 있다.
이처럼 종자는 형상의 기본요소들인 주제와 사상, 소재와 밀접히 련관되여있으면서도 그 지위와 역할, 그 존재방식과 표현방식에 있어서 서로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