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

《정음》에 대한 정확한 리해

 2023.9.5.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언어학부문에서는 우리 말과 글의 우수성을 더욱 빛내이며 사회언어생활을 고상하고 문명하게 발전시켜나가는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잘 풀어야 합니다.》

《훈민정음》은 그 과학성과 독창성, 합리성과 실용성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문자로 널리 공인되여있다.

지난 시기 《훈민정음》에 대한 연구가 적지 않게 진행되여왔으며 결과 그의 과학적이며 독창적인 창제원리와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사용원리 등이 해설론증되였다.

한편으로는 옛 글자를 계승하였다고 하는 《훈민정음》의 정체라든가, 《정음》이라는 글자명칭의 성격 등 명백하게 밝혀지지 못한 문제들도 의연 남아있다.

《훈민정음》이 옛 글자를 본땄다고 한 력사기록 《字方古篆(자방고전)》의 본질은 무엇이며 《정음》이라는 글자명칭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이미 《자방고전》과 《정음》의 본질에 대한 연구는 일정하게 진행되였다. 그에 의하면 《자방고전》의 본질은 《훈민정음》이 옛 글자의 서체를 본땄을뿐 옛 글자자체를 계승한것은 아니라는것이며 《정음》의 의미는 한자에 비하여 우리 말을 옳바로 적을수 있는 소리글자, 혹은 한자교정음을 적기 위한 글자라는것이다.

하지만 《훈민정음》과 관련한 력사기록자료들을 엄밀히 따져보면 이러한 해설이 일면적이며 《훈민정음》이라는 글자명칭의 성격이 보다 선명해짐을 알수 있다.

《자방고전》과 《정음》의 본질을 기본으로 하여 《훈민정음》의 창제와 관련한 력사기록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기로 한다.

《훈민정음》이라는 글자의 명칭은 일반적인 글자이름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는바 여기에는 문자창제와 관련한 창제자들의 의도가 일정하게 깔려있는것으로 추정된다.

1446년 10월 《훈민정음(해례)》편찬 (사용규칙과 규범을 해설한 책
사진. 1446년 10월 《훈민정음(해례)》편찬 (사용규칙과 규범을 해설한 책)

창제자들은 새 글자의 이름을 왜 《훈민정음》이라고 달았는가.

《훈민정음》에서 《훈민》은 《백성을 가르친다》라는 뜻이다. 이것은 당시 백성들이 글자를 모르는것으로 하여 봉건유교사상의 전파나 농업기술의 보급 등 국가의 통치에서 지장을 받고있던 봉건지배층의 계급적리해관계를 반영한것이라고 볼수 있다.

《석보상절》(1449년)의 머리글에서는 《<훈민정음>의 <정음>은 정한 소리이니 우리 나라 말을 정히 쓰며 반드시 옳게 쓰는 글자이기때문에 이름을 정음이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정(正)》의 의미는 《바르다》, 《옳다》, 《바로잡다》 등이다.

다시말하여 《정음》은 《소리를 바로잡다》, 《옳바른 소리》라는 뜻으로서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옳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훈민정음》을 당시 《언문》 또는 《정음》이라고도 하였는데 여기서 《언문》은 《한문》에 상대하여 이르는 《우리 글자》라는 뜻이고 《정음》은 《훈민정음》의 준말이다.

창제자들이 글자의 이름을 지음에 있어서 《자》나 《문》이 아니라 구태여 《정음》이라고 달게 된 리유는 무엇인가.

《언문》이라는 한자에 상대되는 명칭이 따로 존재한것을 놓고 보면 《정음》은 한자를 상대로 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는것을 알수 있다. 그러면 창제자들은 무엇을 념두에 두고 《옳바른 소리》라고 하였겠는가.

《세종실록》의 세종 25(1443)년 12월조에는 《是月 上親制諺文二十八字 其字倣古篆 分爲初中終聲 合之然後乃成字》(이달에 임금이 직접 언문 28자를 만들었다. 그 글자는 고전을 모방하였으며 초, 중, 종성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룬다.)라는 기록이 있다.

《세종실록》의 세종 26(1444)년 2월조에는 집현전의 부제학이였던 최만리가 세종에게 낸 상소문이 기록되여있는데 여기서 최만리는 《儻曰諺文皆本古字非新字也 則字形雖倣古之篆文用音合字盡反於古實無所據》[만약 언문이 모두 옛 글자를 근본삼아서 새로운 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언문의 자형이 옛날의 전문(篆文-전자)을 본땄다고는 하나 용음합자(用音合字-음을 응용하고 글자를 합치는것)가 다 옛것에 반대되기때문에 전혀 근거가 없다.]라고 하였다.

《세종실록》의 세종 28(1446)년 9월(상한)조에 있는 정린지의 서문에는 《象形而字倣古篆》(모양을 본땀에 있어서 글자는 고전을 모방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세종실록》의 세종 28(1446)년 9월(상한)조에 있는 《훈민정음》해례본의 《제자해》에서는 《正音二十八字 各象其形而制之》(정음 28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따서 만들었다.)라고 서술하였다.

이상의 기록자료들을 요약해보면 훈민정음은 글자모양에 있어서 옛 전자의 모양을 본딴 동시에 발음기관의 모양도 본땄으며 말소리의 쓰임과 글자합침법에 있어서 옛 글자와 반대된다는것이다.

지난 시기 《고전(古篆)》의 의미에 대하여 《옛 전자의 서체》라거나 혹은 《옛 전자》라거나 하는 엇갈린 견해가 제기되였다. 《고전》을 《옛 전자의 서체》로 해석하는것은 《훈민정음》이 옛 글자의 모양을 본따기도 하고 동시에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따기도 하였다는 《모순》적인 력사기록에 기인된것이라고 볼수 있다.

이것은 《글자》의 의미로 쓰이는 《전(篆)》의 사용의미와 정린지의 서문, 최만리의 상소문과 같은 기록자료들의 내용을 일관시켜볼 때 설득력이 부족하다.

《자방고전》에서 《전》은 《전서체》라는 뜻이 아니라 《신지전, 단군전》으로 불리워온 옛 민족글자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볼수 있다.

《세종실록》을 비롯한 옛 기록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훈민정음》이 말소리자체(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딴 동시에 옛 민족글자의 모양도 본땄으며 옛 글자를 계승하는 경우 말소리의 쓰임과 글자합침법에서 전혀 새로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글자합침법을 새롭게 하였다는것은 훈민정음의 합자방법이 초,중, 종성의 위치3분법에 따라 자모글자를 음절단위로 묶어쓰는 독특한 수법으로서 집현전의 학자들이 당시의 서사방식을 고려하여 처음으로 내놓은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 말소리의 쓰임을 새롭게 하였다는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훈민정음은 말소리의 발음모양과 글자의 시각적모양을 일치시키는 과정에 만들어졌다. 이로부터 말소리의 쓰임을 새롭게 하였다는것은 글자의 모양에 따라 그의 소리를 새롭게 규정하였다는 뜻으로 해석할수 있다. 즉 말소리의 쓰임을 새롭게 하였다는것은 글자의 획을 발음기관의 모양과 일치시키고 그 생김에 따르는 말소리들을 각각 대응시킴으로써 옛 글자를 그 모양의 리치에 맞는 소리들로 바로잡았다는 의미로 될것이다.

따라서 《정음》이란 옛 글자의 소리들을 글자모양의 리치에 따라 바로잡은 《옳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될수 있다. 글자모양의 리치란 글자는 말소리의 조음, 음향적표식의 구현으로서 그의 도형적, 리치적상징이 되여야 한다는 훈민정음창제자들의 음상적견해를 의미하는것이다. 그들은 력사적으로 씌여오던 민족고유글자를 계승발전시켜 글자의 서사학적, 음상학적원리에 부합되는 독특한 문자를 만들어냈다.

이로부터 《훈민정음》이라는 글자명칭의 의미를 력사적으로 써내려오던 민족고유글자의 소리를 쉽게 배우고 쓸수 있도록 글자모양의 리치에 맞게 바로잡은 소리로 해설할수 있다.

지난 시기 《훈민정음》에 대한 해설에서 《훈민정음》이 넙적글자모양으로 된 옛 글자의 서체만 본땄을뿐 《처음으로 만들어진 전혀 새로운 글자》라거나 《정음》의 본질은 《우리 말을 옳바로 적는 소리글자》, 《한자교정음을 적기 위한 글자》이라고 해석한 경우들이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 서술한바와 같이 글자창제와 관련한 력사기록자료들을 일관시켜볼 때 이것은 타당한 해설이 될수 없다.

《옛 글자의 소리를 글자모양의 리치에 맞게 바로잡은 소리》, 이것이 《정음》에 대한 정확한 리해로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