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연구

우리 민족의 슬기와 재능이 깃든 패설집 《청구야담》

 2020.5.22.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교육, 과학, 문학예술, 출판보도기관들에서는 민족고전에 대한 연구와 번역출판을 잘하고 력사상식도서들을 많이 출판하며 여러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력사유적유물과 민속전통에 대한 소개선전을 널리 하여 근로자들과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력사유적과 유물을 귀중히 여기고 애호관리하며 민족의 넋을 꿋꿋이 이어가도록 하여야 합니다.》

민족고전에 대한 연구와 번역출판을 잘하고 그를 통하여 근로자들과 청소년들속에 력사유적유물과 민속전통에 대하여 널리 소개선전하는것은 그들이 일상적으로 력사유적과 유물을 귀중히 여기고 애호관리하며 민족의 넋을 꿋꿋이 이어나가도록 하는데서 중요한 문제로 나선다.

우리 나라에는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만 한 민족문화유산들이 수많이 전해지고있는데 그가운데는 19세기에 나온 패설집 《청구야담》도 있다.

《청구야담(靑邱野談)》이란 한마디로 《우리 나라 야담》이라는 뜻이다.

《청구》는 우리 나라를 가리키는 말이다.

례하면 15세기말 김종직이 편찬한 《청구풍아》(靑邱風雅), 1727년 김천택이 편찬한 《청구영언》(靑丘永言) 등을 들수 있다.

한편 《야담》(野談)은 일반적으로 패설에 대한 별칭이기도 한데 항간에 전해지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청구야담》은 제목이 보여주는바와 같이 항간에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수록하고있는 패설집이다.

총 6권6책에 182편의 작품들이 실려있는 《청구야담》은 량적측면에 있어서뿐아니라 내용의 풍부성으로 하여 《계서야담》, 《동야휘집》과 함께 지난날 우리 인민들이 창조하여 남겨놓은 우수한 패설집의 하나로 알려지고있다.

《청구야담》의 편찬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못하고있으며 그 편찬년대에 대해서도 19세기초라고 짐작할뿐이다.

《청구야담》의 많은 이본들은 거의나 인멸되였거나 여기저기 흩어져 찾아보기 어려우며 오늘날 우리가 볼수 있는것은 원본의 체모를 거의나 갖춘 6권6책으로 된 판본뿐이다.

앞선 시기의 패설집들과는 달리 말그대로 야담, 전설을 집대성한 작품이라는데 《청구야담》의 특성이 있다.

《청구야담》의 패설작품들은 불의앞에서 자기의 민족적자존심을 굳건히 지키고 정의를 위해 목숨도 바친 우리 인민의 기상과 의리와 선량함, 성실성과 정직성, 재능과 지혜를 귀중히 여기고 거짓과 위선, 악을 증오한 우리 인민의 정신세계를 반영하고있다.

무엇보다도 《청구야담》에는 반침략주제의 작품들이 적지 않게 수록되여있다.

작품집에 실려있는 《진주성에서 의로운 기생이 목숨을 바치다》에는 임진조국전쟁시기인 1593년 6월 진주성싸움에서 기생 론개가 발휘한 애국심과 강의한 의지를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론개가 적장과 함께 검푸른 남강에 몸을 던진 사실을 전하면서 작품에서는 그를 《의기(의로운 기생)》라고 높이 찬양하고있다.

《청구야담》의 반침략애국주제작품에서 이채로운것은 침략자들과는 추호도 타협을 모르고 끝까지 싸우는 우리 인민의 반침략애국주의정신을 민족적존엄과 슬기와 결부시켜 강조하고있는것이다.

1593년 2월 행주산성에 진을 치고 기묘한 계책으로 여러차례 왜놈장수를 속여넘기고 적들을 피로하게 만들어 다음날 벌어진 행주산성싸움에서 대승리를 이룩한 권률의 지략과 용맹을 보여준 《행주에서 싸워 권률이 큰 공을 세우다》에서 권률의 형상, 두손의 손가락이 다 닳아 떨어질 때까지 활을 쏘아 왜적을 쓸어눕힌 수문장 문기방의 영웅적기개를 보여준 《문기방이 나라위해 목숨을 바치다》에서 문기방의 형상, 오랑캐들이 쳐들어왔을 때 적정을 귀신같이 살피고 군사를 지혜롭게 써서 오랑캐들을 물리치고 반역자들을 처단한 내용을 반영한 《북산을 차지하고 정충신이 큰 공을 세우다》에서 안주목사 정충신의 형상은 조선민족의 존엄과 기개, 슬기와 용맹, 재능을 남김없이 보여주고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당시 우리 인민들의 높은 민족적자존심과 슬기롭고 지혜로운 우수한 민족성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바로 이런 민족이기에 그 어떤 외래침략자들도 이 땅을 감히 침범할수 없었다는 사상을 강조하고있다.

다음으로 《청구야담》에 실린 패설작품들에서는 우리 인민이 지닌 고상한 도덕의리심과 비단결같은 인정미를 보여주고있다.

예로부터 우리 나라를 동방례의지국으로 세상에 명성떨치며 살아온 우리 인민들은 하나의 강토에서 자기의 고유한 생활풍습과 생활양식을 창조하며 살아왔으며 권력이나 재물보다도 의리와 도덕을 더 귀중히 여기였고 선을 사랑하고 악을 증오하였다.

우리 인민의 고상한 도덕의리심과 후더운 인정세계를 담은 작품들가운데서 이채로운것은 그 어떤 대가나 보수를 바람이 없이 남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여기며 불행에 처한 사람들을 구원하고 도와주는 내용의 작품들이다.

《효행과 의리에 힘을 다한 리준종》의 리준종은 처자가 없이 사는 삼촌을 자기집에 모셔다가 착실히 봉양하며 그가 오랜 병환으로 앓을 때 더러운것이 발린것을 매번 내가에 가지고 가서 직접 빤다.

아버지가 마을사람에게 보리 열말을 꿔주었다가 가을에 가서 보리 스물다섯말을 받기로 하였는데 그해에 보리농사는 잘 안되고 벼농사가 잘되여 먼저 벼 스무말을 가져다 갚았다는 소문을 듣고 아버지에게 보리는 나쁜 낟알이고 벼는 좋은 곡식인데 벼 스무말을 받는다는것이 무슨 말인가고 간곡하게 말하여 아버지가 벼 열말만 받도록 한다. 그리고 자기가 엮은 삿갓을 아버지가 장에 내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값을 흥정할 때 강포한 사람들이 아버지를 욕하면 자기손으로 아버지를 욕보이는것으로 되기때문에 삿갓엮기를 스스로 그만둔다.

그리고 높은 침구술을 소유하고도 부자집이나 량반세도가들의 집을 찾는것이 아니라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비가 오는 진창길도 마다하지 않고 치료길을 다니는 조생에 대한 이야기를 반영한 《사람의 병을 고치는 조의원의 침술》 등을 비롯하여 가난한 사람의 아픔과 불행을 제일처럼 여기고 주저없이 도와주며 일단 받은 은혜는 잊지 않고 보답하는 우리 인민들의 아름다운 내면세계를 반영한 작품들이 수록되여있다.

작품들에서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은 모두가 근근히 생활을 이어나가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어려운 처지보다도 남의 불행을 먼저 생각하고 도와주는 의협심을 발휘하고있다.

조생은 침구술이 뛰여나지만 고관대작의 집에는 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비가 와서 온통 진흙탕인 날에도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서슴없이 치료길을 떠난다. 그의 행동이 하도 이상해서 누군가가 《당신한테 무슨 리득이 있어 이런 수고를 하는가?》고 물으니 조생은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또 다른 사람이 《당신의 의술은 참으로 고명한데 어째서 고관대가들과 사귀며 공명을 얻지 않고 려염집백성들과 어울리는가?》고 묻자 조생은 이렇게 대답한다.

《대장부로 태여나 재상이 못될바에는 차라리 의원이 되는게 좋네.

…귀족들이 차라리 적으면 우리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좋겠나. 참으로 가슴아픈 일일세. 그래서 내 홀로 려염집의 백성들을 찾아다니는것이네.…》

《범을 붙들고 랑군을 구원하다》는 잔치날 밤 갑자기 신방에 뛰여들어 남편을 물고 가는 큰 범의 다리를 꽉 붙들고 놓지 않은 신부가 마침내 범이 기진맥진해서 남편을 놓아주자 숨져가는 남편을 살렸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남편을 물고 나는듯이 달려가는 범의 뒤다리를 끌어안고 근 60여리를 쫓아왔으니 신부의 온몸이 찢기고 치마는 갈기갈기 찢어졌지만 신부는 제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랑을 구원한다.

이 작품에서는 연약한 녀인의 몸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남편을 구원한 녀인의 아름다우면서도 담찬 소행을 높이 찬양하고있다.

《청구야담》에는 다음으로 인간생활과 사회의 부정적현상들에 대한 풍자와 교훈적내용을 담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여있다.

이 부류의 작품들은 당대 봉건사회에서 나타나고있는 여러가지 비도덕적이며 비인간적인 현상들에 주목을 돌리고 그를 통하여 당대 봉건사회의 도덕적부패성과 불합리성을 폭로하고있다.

그런 작품으로서 《세 구실아치의 자기고장 자랑》 등을 들수 있다.

저마다 자기족보와 자기고을을 자랑하는 아전들과 량반들의 공리공담과 허장성세를 풍자하는 작품들도 당시의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다분히 담겨있다.

《청구야담》에는 끝으로 현실에는 있을수 없는 내용들 다시말하여 항간에 전해지는 신비로운 이야기들과 인물소개작품들도 수록되여있다.

《청구야담》에 수록된 패설작품들은 그 어느것이나 다 이야기가 합리적으로 꾸며지고 퍼그나 길게 전개되고있으며 인물들의 성격과 주위환경에 대한 예술적묘사도 일정하게 실현되여 예술적흥미와 감화력을 느끼게 한다.

《청구야담》에 수록된 패설작품들에서 제목의 제시와 그에 따르는 이야기줄거리, 치밀한 구성, 세련된 형상창조와 인민적어휘, 속담들의 활발한 리용 등은 중세말기 우리 나라 패설문학의 예술적성과를 보여주는것으로 하여 커다란 문학사적의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