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의 단일성과 고유성을 과학적으로 밝히자면 력사적인 언어자료를 연구하고 오늘의 언어도 언어사적견지에서 깊이 연구하여야 할것입니다.》 (
우리 말의 고유성과 단일성을 밝히는데서 단어구조의 단순화에 대한 리해는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그것은 단어구조의 단순화가 순수 단어의 형태구조변화와 관련되는 문제만이 아니라 많은 경우 우리 말 단어의 어원문제와 관련되여있기때문이다.
단어구조의 단순화란 원래 두개이상의 의미-기능적단위들로 이루어진 단어의 구조가 단순한 구조로 융합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말하여 본래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있던 합성어나 파생어(또는 형태단어)의 구조가 단순한 구조로 되는 과정 즉 합성줄기나 파생줄기(또는 형태단어)가 하나의 단순줄기로 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력사적시기에 두개이상의 말뿌리 또는 말뿌리와 덧붙이로 나누이던 단어가 오늘날 《부릅뜨다》, 《기쁘다》, 《시름》 등과 같이 하나의 말뿌리로 되거나 지난 시기 두개이상의 가장 작은 의미-기능적단위로 이루어졌던 단어가 오늘날 하나의 덧붙이 혹은 하나의 토로 분석되는 과정은 모두 단어구조의 단순화현상으로 된다.
단어구조의 단순화에 대한 리해는 중요하게 현대어에 쓰이고있는 단어조성수단이나 형태조성수단의 형성문제와 직접 관련되여있다. 현대어에서 쓰이고있는 단어조성수단과 형태조성수단의 형성문제가 옳게 밝혀질 때 어휘구성과 문법구조의 체계성이 과학적으로 해명될수 있고 개별적단어들의 어원도 능히 밝혀낼수 있는것이다.
단어구조의 단순화는 일련의 특징을 가지고있다.
무엇보다먼저 단순화현상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장기적인 과정으로 진행되는 언어현상이라는것이다.
단어조성에 의하여 이루어진 합성어나 파생어의 구조가 하나의 단순줄기로 굳어지는 과정은 돌발적으로, 순간적으로 진행되는것이 아니라 오랜 력사적경로를 밟으며 서서히 진행된다.
그것은 현대어에서 단순말줄기로 파악되고있는 단어 《열매》의 형성과정을 통해서도 잘 알수 있다.
중세국문문헌들에는 현대어의 《열매》가 《여름》으로 표기되고있다.
례: 곶 됴코 여름 하니 (《룡비어천가》 2장)
果는 여르미오 (《월인석보》 1권 12장)
그런데 17세기말~18세기초에 간행된 《왜어류해》에서는 현대어의 《열매》를 《열》로 표기하고있다.
례: 열 실 實 (《왜어류해》 하권 6장) ―18세기
단어 《여름》이 《열》로 그 구조가 단순하게 된것은 《여름》의 여격형태 《여르
》(열-음-
) 에서 《ㅡ》가 음절줄이기현상에 의하여 빠지고 음절끝자음 《ㅁ》이 뒤에 오는 여격토 《-
》에 하철된것과 관련된다. 단어 《열
》는 홑모음 《ㆍ》의 소실에 따라 《열매》로 되였으며 결국 현대어에 이르러서는 그 형태구조가 단순줄기로 파악되게 되였다. 이러한 변화과정은 근 300~400년이라는 기나긴 력사적기간에 일어난것으로서 단어구조의 단순화현상이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언어현상인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내려오면서 점차적으로 일어나는 언어현상이라는것을 보여주고있다.
다음으로 단순화현상의 결과 언어안에는 새로운 단어조성수단들과 형태조성수단들이 생겨난다는것이다.
우선 단어구조의 단순화에 의하여 단어조성수단으로서의 뿌리말이 새로 생겨난다.
례를 들어 명사 《노래》는 그자체가 자립적으로 쓰이는 반면에 합성어나 파생어의 말뿌리로 리용되는 단어조성수단으로서의 뿌리말이다.
명사 《노래》는 동사 《놀(다)》의 말뿌리 《놀~》에 뒤붙이 《-개》가 첨가되여 이루어진 파생어로서 이 두 형태부가 하나로 유착되여 굳어짐으로써 지금의 단순말줄기로 인식되고있는것이다.
중세국문문헌들에서는 현대어의 명사 《노래》를 《놀애》로 표기하고있다.
례: 놀애 부르며 춤 츠며 (《월인석보》 1권 44장)
곳고리 지즈로 놀애 부르디 (《두시언해》 10권 3장)
중세조선어를 배경으로 하여 명사 《놀애》의 형태구조를 나누어보면 《놀-애》로 구획지을수 있다. 여기서 《놀-》은 동사 《놀(다)》의 말뿌리와 일치하는 부분이고 《-애》는 동사의 말뿌리에 붙어 새로운 명사를 조성하는 뒤붙이 《-개》(쓰~)가 《ㄹ》과 《ㅣ》아래에서 《ㄱ》을 정칙적으로 탈락시키는 어음변화현상에 의하여 이루어진 《-개》의 변종이다.
이처럼 단어구조에서 단순화가 일어나면 언어안에는 새로운 뿌리적수단과 같은 단어조성수단들이 형성되게 된다.
또한 단어구조의 단순화에 의해 언어안에는 새로운 형태조성적수단들이 형성된다.
언어안에서는 단어구조의 단순화에 의하여 한편으로는 단어조성수단들이 형성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형태조성수단들이 형성된다. 다시말하여 단어구조의 단순화가 일어나는 결과에 각종의 형태조성수단 즉 일련의 토들이 형성되는것이다.
그러한 실례는 여격토 《-더러》에서 찾아볼수 있다.
비교: ① 羅喉羅려 다가 沙彌사모려
다 (《석보상절》 6권 2장)
② 波羅門
려 닐오
(《석보상절》 6권 13장)
③ 그 려 무로
(《석보상절》 6권 14장)
례 ①의 《려다가》는 동사 《
리(다)》의 접속형으로서 자립적인 단어의 실례이며 례 ②는 《
리(다)》의 완결형으로서 명사의 대격형태와 결합하여 《더불어》의 뜻으로 쓰인 후치사적단어이다. 례 ③은 례 ①, ②와는 달리 격의 문법적의미를 가지고 단어들사이의 문법적관계를 나타내고있다.
결국 여격토 《-려》는 동사 《
리(다)》의 접속형이 단순화되여 형성되였다는것을 보여준다. 여격토 《-
려》는 현대어에로 이어지는 과정에 어음적변화를 입고 《-더러》로 변화되였으며 완전한 하나의 단순토로서 주로 입말에서 단어들사이의 문법적관계만을 나타내게 되였다.
이러한 실례는 도움토 《-조차》, 《-부터》, 《-까지》와 조격토 《-써》 등에서도 찾아볼수 있으며 용언의 다종다양한 토들의 형성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이상에서 보는바와 같이 단어구조의 단순화는 수많은 단어조성수단들과 형태조성수단들을 형성함으로써 언어의 어휘구성을 풍부화시킬뿐 아니라 문법구조를 완성시켜나가는데서도 중요한 작용을 한 내적요인으로 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