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순간과 한생》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윤명철
 2020.2.18.

순간과 한생, 나란히 세우기에는 너무도 대조가 큰 삶의 시간적개념이다. 초를 다투는 《순간》과 년대들로 이어지는 《한생》을 수학적계산법으로야 어떻게 나란히 세울수 있으랴. 그러나 이 두 단어를 동렬에 나란히 세워보는것은 인간의 값높은 생애와 그 생을 빛내인 삶의 순간에 대한 커다란 감동과 충격으로부터이다.

나는 얼마전 고향길에서 받은 충격을 잊을수 없다.

고향마을가까이의 인민군구분대에는 나의 어머니가 친자식들처럼 여기며 성심을 다해 원호해오고있는 병사들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병사들속에 함께 있던 한 나어린 병사가 군사임무수행중 뜻밖의 사고가 발생한 위기일발의 순간에 자기 한몸을 내대여 십여명의 동지들을 구원하고 희생되였다는것이였다.

나도 언제인가 그 병사를 만나본적이 있었다.

우리 당에서 그를 영웅으로 내세워주었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나의 눈앞에는 그 병사의 얼굴이 또렷이 떠올랐다.

얼굴은 해볕에 그슬었어도 어찌 보면 처녀애같이 아련해보이던 애젊은 병사의 얼굴, 웃을 때면 곱게도 드러나던 덧이… 그날 구대원들이 그를 《꿈많은 총각》이라 부르던것으로 하여 류달리 인상에 남아있는 병사였다.

갓 10대를 벗어난 이 병사의 영웅적위훈을 들으며 나는 위기일발의 그 순간을 그려보았고 그 순간에 새겨진 병사의 값높은 생에 대하여 생각하였다.

병사의 그 순간!

순간은 비록 짧았어도 그 순간에 비낀 그의 정신세계, 그의 한생은 얼마나 숭고하고 고귀한것인가.

이것은 조국과 인민이 기억하며 영원히 잊지 못하는 우리 시대 영웅들의 빛나는 한생들이 잘 말하여주고있다.

수령결사옹위전사의 전형으로 널리 알려진 길영조, 터지는 수류탄을 한몸으로 막아 동지들을 구원한 김광철, 리철민…

어찌 이들뿐이랴. 범람하는 큰물로 집과 마을들이 물에 잠길 때 그 무엇도 돌아보지 않고 오직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만을 가슴에 품고 산으로 올랐던 북부피해지역의 인민들, 그들의 가슴속에 고이 간직되여있던 수령숭배의 숭고한 정신세계가 높이 발현된것도 바로 삶의 한 순간이였다.삶의 한 순간!

인간의 한생에서 번개의 섬광과도 같이 짧은 《순간》이지만 바로 이 순간들에 인간의 한생이 비끼고 그 삶의 가치가 결정된다.

인간의 가치는 그 삶의 길이로 규정되는것이 아니다. 바로 사회와 집단,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바친 삶의 뚜렷한 자욱들로 빛나는것이다.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것을 아낌없이 바친 헌신의 삶은 비록 짧은 순간이여도 빛나는 한생으로 영생하는것이 아니겠는가.

순간과 한생!

내가 잘 아는 그 나어린 병사는 나의 심장속에서 때없이 나에게 웨친다.

삶의 순간순간을 빛나게 살라!

이것은 그 병사만이 아닌 길영조, 김광철, 리철민 등 조국과 인민의 기억속에 영생하는 그 모든 영웅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