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의 졸업증》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박사원생 최영심
 2019.11.11.

나도 이제는 어엿한 대학졸업생

졸업증을 몇번이고 쓸어보며

어디에 놓을가 서재를 둘러보는데

안겨오누나 서가의 웃단에 놓인 증서 하나

색날고 보풀진 기술자격증이


박사증보다도 다른 표창보다도

이 기술자격증 더 중히 여기시던

나의 할아버지 그는

전후 페허우에 일떠선

기술양성소의 1기졸업생


어제런듯 또렷이 떠오르누나

철없던 그 시절 할아버지무릎에서

옛말보다 더 재미나게 듣군 하던

강철이야기 기술양성소이야기…


낮에는 쇠물뽑는 용해공

밤에는 책상을 마주한 학생

나지막한 고콜불아래 공부하기가

하루 세차지 쇠물뽑기보다

몇곱절 힘들었다는 할아버지


허나 수령님뜻 받들어

원쑤들 보란듯이 꽝꽝 더 많은 철을 뽑자면

하여 페허를 가시고 락원을 일떠세우자면

알아야 했고 배워야 했거니

그것은 수령님명령! 조국의 부름!


애국으로 불타는 심장 등불처럼 켜들고

밤낮으로 공부한 아, 강선의 할아버지세대들

그렇게 최우등의 기술자격증 받았고

그렇게 새로운 용해법도 창안했다

그렇게 6만t능력분괴압연기에서

기적의 12만t을 뽑았다


뜨거운 추억에 잠겨

내 다시 나의 졸업증을 내려다본다

주런이 매겨진 5점의 성적들

내 은근히 자부심으로 대하던 이 점수들엔

진정 얼마만 한 무게가 실려있는가


5점을 단순히 점수로가 아니라

수령을 받들고 나라를 떠받드는

충성과 애국의 점수로 여겼던 할아버지세대

강철처럼 굳건한 그 심장의 무게가

과연 내 점수들에는 실려있는가


오, 보풀진 기술자격증!

그것은 할아버지의 넋이 담긴 가보!

새겨가야 하리

아버지가 잡았던 천리마고삐를

오늘의 만리마고삐로 이어잡고

우리 원수님을 첨단과학기술로 떠받들

충성의 점수 애국의 점수만을


보풀진 기술자격증 그 옆에

내 뜨거운 마음으로

조용히 나의 졸업증을 놓는다

소중한 졸업증을

귀중한 졸업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