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민속음식에 비낀 조선녀성의 미》(1)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박사 부교수 김성호
 2020.2.11.

민족음식에는 우리 조선녀성들의 생활풍습과 감정, 취미, 기호 등이 반영된다.

나는 농촌물주제의 영화문학을 창작하기 위해 지방의 농촌마을들을 돌아보면서 민족음식에 깃든 우리 조선녀성들의 고유한 미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이른 새벽 산촌의 여름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름없는 산골마을에 발길을 들여놓는 첫시작부터 나는 이 고장의 목가적인 풍경에 취하였다.

호박넝쿨이 뻗어올라간 산골마을 단층집 지붕우에서 비둘기들이 모여앉아 구구구 지저귀고 자그마한 울안에서는 엄지닭이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엉기엉기 거닌다.

습기머금은 울창한 숲속에서는 풀벌레들이 끝없이 울어대고 맑고맑은 개울물은 소리없이 흘러간다.

《쪼르릉… 삣 쪼르릉 …》

이름모를 산새들이 이슬젖은 숲속에서 날아예며 끝없이 지저귄다.

자연의 대교향악에 어울리는 향기도 있으니 그것이 바로 녀인들이 짓는 밥냄새이다.

새벽닭이 홰를 치는 이른 새벽 산골마을의 키낮은 단층집 굴뚝이 미여지게 흰 연기가 꾸억꾸억 피여오르고 집집마다 녀인들이 밥짓는 냄새 그윽하다.

앞에 정갈한 행주치마를 살짝 두르고 밥을 짓는 녀인들, 밥김에 쏘여 빨갛게 홍조가 비낀 두볼은 참으로 정답다.

아직은 식솔들이 단잠에 든 이른 새벽 녀인들은 바가지에 쌀을 퍼담고 물에 정히 씻는다.

하얀 흰쌀을 깨끗이 씻은 다음 얼마동안 물에 불구어놓았다가 재운 다음 가마안에 안친다.

가마뚜껑이 들썩거리며 허연김이 내뿜어지고 밥이 다 된듯싶으면 녀인들은 몇분간 뜸들이기를 한다.

가마뚜껑을 열고 기름이 찰찰 흐르는 윤기나는 밥을 보는 녀인의 얼굴엔 웃음이 비낀다.

우리 조선녀인들이 짓는 밥은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고 또 솥속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

우리 인민들은 예로부터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 밥상을 차리는것을 하나의 식생활풍습으로 하여왔다.

우리 인민들이 대대손손 주식으로 리용한 밥을 먹는 풍습은 알곡재배를 시작한 신석기시대부터이다.

우리 녀인들이 지은 밥에는 흰쌀밥, 콩밥, 팥밥, 조밥, 보리밥, 등 오곡밥이 있고 또 감자밥, 고구마밥, 콩나물밥, 김치밥, 비지밥 등이 있다.

밥중에서 제일 영양가가 높은 밥이 오곡밥이다.

오곡밥은 다섯가지 알곡을 넣은 밥을 말하는데 흔히 벼, 조, 수수, 기장, 콩 등을 넣거나 찰벼, 조, 수수, 콩, 팥, 또는 벼, 콩, 기장, 보리, 피도 넣는다.

우리 녀인들은 정월대보름날이 오면 1년내내 애써 농사지은 곡식을 고루 맛보이고싶은 마음에서 꼭꼭 오곡밥을 짓군 하였다.

오곡밥에는 영양가가 높은 오곡밥을 대접하여 식솔들이 더욱 건강하기를 바라는 녀인들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어려있으며 또 새해에도 오곡이 잘되여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념원이 깃들어있다고 해야 할것이다.

어디 오곡밥뿐인가.

저도 모르게 오래전부터 우리 녀인들이 즐겨 지은 약밥도 떠오른다.

찹쌀 씻어 밥지을제 곶감, 대추 한데 넣고

하얀 잣, 달콤한 꿀 골고루 섞는다네

집집마다 약밥짓기 이제는 풍속되니

까마귀의 제사대신 조상제사에 드린다네

이것은 약밥에 대한 옛시의 한 구절이다.

오늘날에도 우리 녀인들은 약밥을 자주 만들어 먹는다.

약밥은 건강에도 매우 좋다. 꿀이며 대추며 잣알들이 밥속에 섞여있어서 약밥일가, 남모르게 기울이는 우리 녀인들의 그 정성이 가득 어려 약밥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우리 조선녀인들은 밥을 가지고 료리도 잘 만들었다.

밥료리란 여러가지 부재료를 섞어서 밥을 짓거나 지은 밥에 부재료를 섞어서 만든 음식이다.

료리한 밥은 맛이 좋으며 영양소가 고루 퍼져있고 다른 찬이 없이도 먹을수 있으므로 식생활을 간편하게 하였다.

밥료리에는 가공방법과 부재료를 넣는데 따라 온반, 비빔밥, 볶음밥, 나물밥, 김밥 등 여러가지가 있다.

온반은 우리 녀인들이 즐겨 만드는 음식으로서 대접에 밥을 담고 그우에 닭고기와 버섯 등을 놓고 국물을 부은 다음 고명을 하여 내는 밥료리로서 겨울음식으로 좋다.

닭고기는 삶아서 가늘게 찢어 양념에 메우고 버섯은 불군 다음 찢어서 양념을 치면서 볶아낸다.

국물은 맑게 밭아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닭알로는 실지단 또는 모지단을 만들며 고추는 가늘게 썬다.

다음 대접에 밥을 담고 그우에 닭고기와 볶은 버섯을 놓고 국물을 부은 다음 양념과 고명을 한다.

온반에는 보통 나박김치를 곁들인다.

비빔밥은 밥우에 여러가지 나물류와 고기 등의 꾸미를 놓고 고명을 하여 비벼먹는 음식이다.

언젠가 우연히 어느 한 료리사를 취재하는 기회에 나는 녀인들이 여러가지 밥을 만드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게 되였다.

비빔밥을 만들려면 먼저 삶은 고기를 썰어서 볶고 록두나물, 미나리, 고사리, 도라지 등으로는 간을 약하게 맞추면서 나물을 만든다.

김은 구워서 부스러뜨리고 고추장은 기름에 닦아 사탕가루를 두고 풀어넣는다. 그리고 닭알로 실지단 또는 모지단을 만든다.

다음 대접에 밥을 담고 그우에 볶은 고기와 나물을 일정한 비률로 맞추어놓은 다음 기름을 몇방울 떨구고 실지단, 실고추, 참깨, 김 등으로 고명한다.

고추장은 따로 곁들이거나 대접의 한쪽에 놓아서 낸다.

비빔밥은 고기국물, 김치와 함께 낸다.

볶음밥은 밥에 여러가지 부재료들을 섞어서 기름에 볶아 만든 밥료리이다.

볶음밥을 만들려면 먼저 달군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 홍당무우, 양파 등의 차례로 넣으면서 볶는다. 다음 여기에 밥을 넣고 음식감들이 고루 섞이게 저으면서 간을 맞춘다. 이렇게 볶은 밥을 접시에 담아 그우에 고명을 한다.

김밥은 찬과 함께 김으로 말아 싼 밥료리로써 려행할 때나 야외식사할 때에 간편하다.

이밖에 밥료리에는 나물밥, 김치밥, 장국밥 등 여러가지가 있다.

밥 하나를 가지고도 다양한 료리를 만들어먹는 우리 녀인들은 얼마나 총명한가.

떡도 우리 조선녀인들이 즐겨 만드는 음식의 하나이다.

떡이란 낟알가루를 찌거나 낟알을 익혀서 치거나 빚어서 만든 음식을 통털어 부르는 이름이다.

떡은 주식대용으로 먹을수 있는 기본음식의 하나로서 우리 나라의 고유한 민족음식들중에서도 특히 발전되였으며 그 종류도 대단히 많다.

떡은 흔히 명절음식이나 큰상음식으로 많이 쓴다.

내가 북방의 어느 한 농촌집에 들렸을 때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창 떡을 치고있었다.

팔뚝에 근육이 불거진 한 장정이 기운차게 떡메를 휘두르고 역시 찰떡같이 얼굴이 하얀 녀인이 그앞에 끓어앉아 떡돌우에서 매를 맞고있는 떡을 뒤집어놓았다 펴놓았다 하는것이였다.

《이거 이 집에 오늘 경사가 있는 모양입니다.》

내가 들어서며 인사말처럼 건네자 녀인이 얼굴에 웃음을 함뿍 담고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아닌게 아니라 좋은 일이 있답니다. 아들애가 래일 대학공부하러 떠나길래 좀 먹여서 보낼려구 그럽니다.》

녀인의 그 한마디에도 아들이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간절한 소원이 어리여있다.

나는 떡치는 풍경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떡중에서도 찰떡이 왕이다.

찰떡은 찹쌀, 또는 찹쌀가루를 김에 쪄내여 만든 떡이다.

찰떡의 력사는 매우 오래다.

찰떡은 잘 불군 찹쌀을 시루에 쪄서 거기에 소금물을 뿌리고 한번 더 김을 올려 익힌 다음 절구나 떡돌우에 놓고 잘 쳐서 만든다.

남정들이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떡메를 휘두를 때 녀인들이 그 앞에서 떡을 뒤집어주는 모양은 정말이지 한폭의 그림과도 같다.

녀인은 떡돌우에서 실컷 두드려 맞은 떡을 조금 떼여 맛보더니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떡이 잘 되였다는 뜻이다.

녀인은 찰기있게 잘 친 떡을 고물에 뭍혀 일정한 크기로 잘라 접시에 소복이 담았다.

어느새 떡을 접시에 보기좋게 담은 녀인이 나에게 내밀었다.

그러면서 시원한 랭수 한그릇을 내옆에 떠놓는것을 잊지 않았다.

찰떡은 정말 꿀맛같았다.

그래서 찰떡과 꿀사이라는 말도 있는지…

《정말 별맛이군요. 그런데 고물은 무엇으로 만들었습니까?》

《고물로는 콩가루, 팥, 참깨, 대추, 밤, 잣, 당콩 그저 좋다는건 다 넣었어요.》

《아하, 그러니 들어갈것은 다 들어갔군요.》

찰떡은 조선사람 누구나 좋아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부부인연도 찰떡같은 사랑, 찰떡같은 정으로 표현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이악하고 성실하며 변심없는 조선녀인의 미가 찰떡에 다 담겨있는듯싶다.

찰떡을 맛보니 옛날 《떡타령》노래들이 절로 생각난다.

이치저치 시리떡

늘어졌다 가래떡

오새가지 기자떡

쿵쿵 쳤다 찰덕

수절과부 정절편

올기쫄기 송기떡

도리납작 송편떡

옛 노래의 구절구절 흥에 겨워 떡을 치는 당시 우리 조선녀인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안겨온다.

정말이지 우리 녀인들은 흰쌀, 찹쌀, 좁쌀 등과 낟알, 나물, 과일 등의 독특한 향기와 맛, 자연색소들을 리용하여 영양가가 높고 맛도 좋으며 볼품도 고운 갖가지 떡을 만들어 식생활에 널리 리용하여왔다.

우리 조선녀인들은 명절이 오면 늘 떡을 만들군 한다.

설날에는 흰가래떡을 만들어 떡국을 끓이며 이월초하루 일군날에는 송편을, 삼월삼질에는 진달래화전, 오월에는 쑥절편과 쑥찰떡, 류월류두에는 중편, 팔월추석에는 햇살송편과 시루떡, 구월중구에는 국화의 계절이라 국화전을, 시월상달에는 붉은 팥시루떡을 만들었다. 떡은 명절뿐아니라 생일, 결혼식, 환갑을 비롯한 경사로운 날은 물론 제사날에도 많이 만든다.

어디 떡의 종류뿐인가, 각양각색의 떡모양과 색갈에도 조선녀인들의 성격이 엿보인다.

우리 조선녀인들이 만드는 떡의 형태와 색갈은 다양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정말 보기에도 좋다.

조선녀인들이 만드는 떡에는 둥글고 납작하고 네모나거나 반달같은것, 꼬리가 있는것들도 있으며 그 색갈도 빨간것, 노란것, 파란것, 하얀것, 까만것 정말 다양하다.

저도 모르게 옛날 녀인들이 떡을 만들려고 쌀을 찧으며 불렀다는 《방아노래》가 떠오른다.

큰며느리 동쪽에서 절구질하고

작은며느리 서쪽에서 절구질하네

작은아들 남쪽에서 절구질하고

큰아들 북쪽에서 절구질하네

푸른 치마 떨쳐입은

머리단 굵은 큰며느리

다리힘이 하도 좋아

발방아를 밟아대니

흐르는 땀 등에 배여

잠간 숨돌리는 사이에도

손으로 쌀을 움켜

희여졌나 살펴보네

그 옛날 명절놀이를 앞두고 온 가족이 떨쳐나 쌀을 찧는 모양이 방불하게 안겨온다.

쉴새없이 쌀을 찧다가 잠간 허리를 펴는 순간에도 두손으로 찧은 쌀이 희여졌나 살펴보며 미소짓는 부지런하고 근면한 녀인의 얼굴도 그림처럼 안겨온다.

그 모든 각양각색의 떡을 하나로 모아놓으면 아마도 그것은 녀인들이 사랑으로 엮은 가장 아름다운 《떡꽃다발》이 될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느라니 언젠가 보았던 민족음식품평회가 생각났다.

평양과 지방의 식당들에서 출품한 각양각색의 민족음식들이 전시된 품평회장은 그야말로 희한하였다.

민족음식품평회장을 돌아본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우리 조선민족음식이 제일이라고 저저마다 엄지손가락을 펴보였다.

지금도 민족음식품평회에 참가하여 우수한 평가를 받은 한 처녀료리사가 하던 말이 귀에 쟁쟁하다.

《민족음식은 오랜 력사를 가지고있지만 결코 저절로 이어지는것이 아닙니다.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을 귀중히 여기며 민족의 문화유산을 빛내여주는 제도에서만 민족음식이 실질적으로 근로인민을 위한것으로 될수 있습니다. 위대한 수령님위대한 장군님,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현명한 령도밑에 내 나라의 민족음식은 날을 따라 발전하고있으며 그 우월성이 더욱 높이 발양되고있습니다.》

정말 옳은 말이다.

지금 세계의 곳곳마다에서 민족성이 말살되고 민족음식들도 자취를 감추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우리 민족이 오래동안 창조하여온 민족음식이날로 발전하고있으며 민족음식과 더불어 조선녀인들의 아름다운 미풍이 가정과 사회에 꽃향기처럼 흘러넘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