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봄배추이야기》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박사 부교수 김성희
 2021.5.20.

《퇴근시간이 퍽 지났어요.》

옆자리에 앉은 장선생이 벌써 몇번째나 재촉하는 소리에 나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학청사를 나서니 스러져가는 석양빛속에 려명거리의 웅장한 자태가 한폭의 그림처럼 안겨왔다.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전원회의, 조선로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례년에 없이 올해에는 정초부터 련이어 중요정치회의들이 열리고 온 나라가 당대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5개년계획의 첫해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교육을 우리의 미래를 마음놓고 맡길수 있는 교육으로 되게 할데 대한 최상최대의 믿음과 간곡한 당부를 받아안은 우리 대학 교직원들의 발걸음도 여느때없이 빨라지고 일본새도 달라졌다.

오늘하루도 드바삐 지내다나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이렇게 간줄도 모르고있었지…

《오늘 아침 시아버님이 봄배추국소리를 하시던데 이제 가도 남새를 살수 있을가요?》

옆에서 걸음을 다그치며 하는 장선생의 말이다.

언제봐야 시부모공대에 극성인 장선생은 아침상을 물리며 우연히 흘린 시아버님의 말을 퇴근길에 오른 지금 잊지 않고 외우고있는것이였다.

문뜩 구수한 토장국물에 봄배추의 노르스름한 속잎을 송송 썰어둔 배추국의 모양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나도 장선생의 잰걸음에 발을 맞추었다.

도로를 건너서니 려명거리의 살림집구역들마다에 따뜻한 불빛이 가득찼다.

식료상점, 공업품상점, 청량음료점, 과일남새상점…

여기저기 불빛 화려한 봉사기지들이 저녁늦게 퇴근길에 오른 가정주부들을 손저어 부르고있었다.

《아이, 저기 남새봉사차가 기다리고있군요.》

어느새 《남새》라고 큼직하게 새긴 봉사차를 띄여본 장선생이 환성을 지르다싶이 하였다.

사람들의 눈에 척 뜨이는 길옆의 공지에 남새봉사차가 자리를 잡고 서있고 그앞에는 우리들처럼 퇴근차림의 녀인들이 삼삼오오 서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낯익은 판매원이 밝은 미소를 짓고 손님들에게 봄배추가 담긴 구럭들을 하나씩 안겨주고있었다.

《오늘아침에 수확한거니 아직 단물이 빠지지 않았을거예요. 어서들 가져다 맛있게 드세요.》

판매원의 흥그러운 목소리에 마음들이 들썩해진 녀인들이 앞을 다투어 봄배추들을 샀다.

《김치를 담그어야겠는데 빨간무우는 좀 없어요?》

《왜 없겠나요. 여기 있지 않아요. 봄김치에 빨간무우가 빠지면야 안되지요.》

김치를 담그겠다던 젊은 녀인도 기뻐서 돌아갔다.

《정말 고마워요. 아직 날씨도 쌀쌀한데 언제 이렇게 싱싱한 봄배추를 자래웠을가?》

나는 아직도 남새밭의 신선한 기운이 도는듯싶은 봄배추를 받아안으며 낯익은 판매원을 향해 진심으로 인사했다.

《수도시민들에게 사철 신선한 남새를 떨구지 말고 공급하라는건 우리 수령님장군님께서 늘 하시던 당부예요.》

판매원은 늘쌍 자기 마음속에 간직하고 해오던 일이라 이 말을 평범하게 외웠다.

하지만 그의 말이 나에게 준 충격은 참으로 컸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경애하는 김일성동지는 가장 숭고한 인간애, 인민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믿음을 천품으로 지니신 위대한 인간이시였으며 인민의 위대한 어버이이시였습니다.》 (김정일선집》 증보판 제18권 328페지)

문뜩 며칠전 어느 한 도서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체48(1959)년 6월 2일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평양시민들의 부식물공급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몇가지 대책을 토의하시기 위하여 평양시농업협동조합(당시)관리일군 협의회를 조직진행하시였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어느 한 관리위원장으로부터 수천m2의 온실을 만들어 20여종의 남새를 생산하여 겨울에는 물론 이른 봄철부터 시민들에게 공급하고있는 농장의 사업정형에 대하여 보고받으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대단히 만족해하시며 애로되는것이 없는가고 다정히 물어주시였다.

농장원들이 애써 생산한 남새를 채과도매소에서 제때에 가져가지 않아 애를 먹고있다는 그의 보고를 받으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남새공급이 잘되지 않는것은 상업부문 일군들속에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려는 관점이 바로서있지 않은데 원인이 있다고 하시면서 앞으로 농업협동조합에서 생산한 남새를 채과도매소에서 제때에 인수해다 공급하도록 필요한 대책을 세워주시였다.

그러시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듯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문득 채과도매소에만 의존하지 말고 협동조합이 직매점을 가지고 직접 남새를 내다 팔면 어떻겠는가고 물으시였다.

회의에 참가한 일군들모두가 정말 좋은 방안이라며 찬성하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기쁨에 넘쳐있는 그들을 둘러보시며 남새판매사업을 개선하기 위하여 결정적으로 농업협동조합직매점을 내와야 하겠다고 하시며 그렇게 되면 평양시민들에게 신선한 남새를 공급할수 있게 될것이며 남새가 시들어서 팔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조합에 도로 실어다 가공하거나 가축사료로 리용할수 있으므로 썩이지 않고 처리할수 있어 좋다고 그 우월성에 대해서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시였다.

이어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남새직매점의 건설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대책들을 다 취해주시고나서 협의회참가자들에게 앞으로 온실남새를 많이 재배하고 봄배추를 많이 심어 시민들의 봄철부식물문제를 해결할데 대하여 다시금 강조하시였다.

이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동무들은 평양시의 부식물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기여하는가 하는데 따라 당성이 강한 사람인가 강하지 못한 사람인가 하는것을 평가받게 된다는것을 알아야 한다는 뜻깊은 교시를 하시였다.

이처럼 온 나라 인민들의 호주가 되시여 그들의 생활을 육친의 정으로 보살펴주시는 우리 수령님의 은정어린 조치에 의하여 그해 전국의 모든 도시들에는 한날한시에 남새직매점이 새로 생겨나게 되는 이채로운 풍경이 펼쳐지게 되였다고 한다.

사연깊은 그날로부터 6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세월이 여섯번도 더 흘러간 이 땅우에 영원히 변하지 않은것이 있으니 그것은 인민, 인민을 위하시는 어버이의 뜨거운 사랑과 그 사랑의 품속에 안겨사는 인민의 행복한 모습이다.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고 한평생 인민을 위해 모든것을 다 바쳐오신 위대한 수령님위대한 장군님의 숭고한 인민관을 정히 받들어 지금 이 시각도 인민을 위한 사랑과 헌신의 천만리길을 걷고걸으시는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의 높은 연단에서 위대한 우리 인민을 내 운명의 하늘로 여기고 참된 인민의 충복답게 위민헌신의 길에 결사분투할것임을 엄숙히 선언하시던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영상이 지금 이 시각 가슴속에 숭엄히 떠오른다.

정녕 인민을 위하시는 그이의 마음속엔 작고 사소한것이란 없었다.

인민이 리용해야 할 새 봉사기지의 잘못 설계된 하나의 걸상, 유희장의 보도블로크짬에 돋아난 잡초 한대를 보시고도 인민을 보고 대하는 우리 일군들의 그릇된 관점과 태도를 내다보시며 그처럼 가슴아파하시던 그이이시였다.

새로 건설되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육자살림집을 돌아보시면서 전실로 들어가는 복도벽에 거울이 없는데 거울을 걸어주는것이 좋겠다고, 집을 나설 때 머리단장도 하고 옷매무시도 바로할수 있게 출입문가까이에 타원형의 거울을 걸어주며 그밑에는 머리빗 같은것을 놓을수 있는 기단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다심한 정을 기울여주신분도, 서재에는 교원, 연구사들이 학습과 교수준비를 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벽면에 당반식책꽂이를 설치해주는것이 좋을것 같다고 집주인들도 미처 생각지 못할 세부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일깨워주신분도 우리의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이시였다.

나는 새삼스럽게 눈앞에 펼쳐진 려명거리의 불야경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인민을 위하시는 어버이의 한량없는 사랑이 하늘을 찌를듯 높이 솟은 초고층 집집마다 깃들어있고 인민의 행복을 가꿔가시며 그이 지새우신 기나긴 밤들이 휘황한 별천지로 펼쳐진 이 려명거리를 우리 대학의 평범한 교원, 연구사들모두에게 통채로 안겨주시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듯 철이면 철따라 신선한 과일과 남새, 바다향기 그윽한 물고기와 바다나물도 집집마다 차려지도록 마음쓰시는 우리 어버이.

위대하신 어버이의 다심하신 그 사랑이 내가 오늘 받아안은 이 봄배추에도 깃들어있구나 하는 생각에 내 마음은 정녕 뜨거워만 갔다.